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기자회견문
모두를 위협하는 군사비, 1초에 1억 너무 많아!
사람과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군비 축소!
전 세계를 뒤덮은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군사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휴전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은 채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HRMMU)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최소 30,457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885명은 어린이입니다. 전쟁이 장기화·고착화 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격화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상황은 더욱 참담합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향한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인해 가자지구 사망자만 33,899명, 부상자도 76,664명에 달합니다(4월 17일 기준). 이 중 70%는 여성과 어린이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더는 이 비극이 지속되거나 확대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벌인 이 전쟁은 인류에게 고통을 주고 모든 존재에게 파괴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전쟁 관련 온실가스 산정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말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약 18개월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는 1억 5천만 톤에 달합니다. 이는 벨기에가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으로 비용으로 따지면 96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장갈등이 격화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약 60일 간 발생한 온실가스는 28만 1,315톤으로 20개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건물과 산업시설 파괴, 화재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며, 그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3년 세계 군사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2조 4,430억 달러(약 3,373조 원)에 달합니다. 이를 환산하면 1분 당 64억 원, 1초당 1억 원을 군사비로 사용한 셈입니다. 한국은 군사비 지출 세계 11위로 전년 대비 두 단계 낮아졌지만, 이는 군사비가 감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각국이 경쟁적으로 군사비를 증액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군비증강과 군사주의 강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전쟁을 예방하거나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호위협, 군비경쟁, 무력시위와 충돌의 악순환을 가속화할 뿐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고 군사적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화 채널은 모두 끊긴 채, 9.19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되었습니다.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과 상륙훈련 등 야외 실기동훈련이 재개되고, 미군 핵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상시 전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남북관계의 철저한 단절과 전쟁 준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강대강 대치는 위기를 끝없이 고조시킵니다. 지금 우리가 지금 직면한 현실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황입니다.
2024년 한국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59조 4,244억 원으로 이 중 무기 도입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7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달합니다.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명분으로 킬체인 등 선제 타격 능력 확보를 포함한 한국형 3축 체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전력화,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 독자적 정보 감시정찰 능력 구비, AI 기반 무인·로봇 전투체계 구축,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공격적인 군사 전략과 군비 증강 계획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국방예산으로 총 348.7조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한편, ‘두 개의 전쟁’으로 지난해 방산업체들의 무기 판매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죽음을 파는 장사’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이제 한정된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를 군사비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불평등 해소, 평화 구축에 두어야 합니다. 전 세계가 전쟁과 전쟁 준비를 위해 사용한 재원은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열세 번째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평가에서 전체 67위 중 최하위권인 64위입니다. 2024년 탄소중립예산은 14조 5,181억 원에 그쳤습니다. 한국 2024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현황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용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하며 생물다양성 지수 역시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합니다. 성평등 지표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가 넘어선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올해 ‘지구 종말 시계’의 초침은 지구 멸망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90초’로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회복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실제적인 위기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가진 예산과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군사 안보’가 아닌 ‘인간 안보’, 전쟁과 파괴가 아닌 모든 생명의 공존을 위해 재조정해야 합니다.
2024년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우리는 요구합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즉각 휴전’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합시다.
한반도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소통채널을 복원합시다.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군사 행위와 위협을 멈추고, 무력 충돌을 예방할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마련합시다.
군비경쟁과 무력시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만듭시다. 더 많은 무기와 군사훈련이 아니라 단계적 군축과 대화 재개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합시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분쟁국으로의 무기 수출을 중단합시다. 특히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군사협력과 무기 수출을 중단합시다.
우리의 한정된 자원과 인력, 기술을 전쟁 준비가 아니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합시다. 군사비를 대폭 삭감하여 사회 불평등 해소, 재난 예방, 사회안전망 구축,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합시다.
2024년 4월 22일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