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〇 일시 : 2024년 8월 12일(월) 오전 11:00~11:30
〇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기자회견문
동두천시는 근현대문화유산인 옛 성병관리소 철거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경관이 수려한 동두천의 소요산 입구 한쪽에 등산객들의 눈에 띄지 않아 세간의 무관심 속에 수십 년을 버텨온 낡은 건물 하나가 서 있다. 하지만 현재 동두천시의 소요산 관광지 확대개발사업 추진으로 곧 철거당할 처지에 있다. 동두천시가 오는 9월 초 의회에서 심의할 제2차 추경 예산안에 이 건물의 철거비용 2억 2천만 원을 포함하였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73년에 완공되어 23년 동안 운영하다가 1996년에 폐쇄된 동두천시의 옛 성병관리소이다.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국가가 나서서 미군위안부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민간외교관’이라 추켜세우며 성매매를 독려했다. ‘깨끗한 몸’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낙검자수용소’가 바로 정부 기록문서에 나오는 ‘성병관리소’인 것이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개발사업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지우려고 한다. 소요산 확대개발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지역의 역사도 없고 생태도 없고 사람들에게 배려도 없다. 소요산에는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와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 그 외에도 적색 관심종인 꼬리치레도룡뇽의 국내 최대 서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또한, 소요산은 멸종위기 2급 종이였다가 얼마 전에야 해제된 독중개의 서식지이다.
동두천시가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좀 더 면밀하게 경제성과 역사성 그리고 자연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오는 8월 14일에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개발사업 관련 준공식을 진행한다. 수천억 원이 소요되어 시민의 관심과 동의가 필요한 관광지 개발사업을 두고, 동두천시가 아직껏 천문학적 예산마련의 명확한 방안도 수립하지 않은 채 주민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성병관리소 철거의 명분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014년에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22년 대법원은 기지촌 성병관리소를 운영한 것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고 위안부 여성들이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인정하여 한국 여성인권 역사에 의미가 큰 판결을 내렸다.
광역시도 가운데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군 기지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경기도는 총 6개 지역에서 성병관리소를 운영하였는데, 미군위안부를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하여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 수용소로써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장소였다.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는 흉물로 치부하고 철거할 대상이 아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동두천만의 아픔과 눈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아픔과 눈물을 대변한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근현대문화유산으로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동안 근현대문화유산 보호가 미흡했다고 판단하여, 오는 9월 15일에 새롭게 시행되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약칭: 근현대문화유산법)과 지난 5월 17일에 시행된 「국가유산기본법」 등으로 근현대문화유산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보존과 활용에 나서고 있다.
근현대문화유산이 위치한 지역에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가 잦아서 철거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철거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 회복할 수 없는 역사환경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현대문화유산 정책은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법률로 지정 또는 등록되지 않은 근대문화유산도 보호해야 할 가치가 크다. 근현대문화유산법 제4조 ②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경우 근현대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옛 성병관리소 부지가 속한 지역은 소요산 확대개발 종합계획의 여섯 가지 세부조성계획 가운데 ‘소요 테마형 공간’에 해당한다. 아직 동두천시가 이 소요 테마형 공간의 개발계획을 위한 설계용역을 실시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고, 실시계획서 발표도 못 들었다. 없앤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현대문화유산인 옛 성병관리소 철거부터 강행하려는 동두천시가 대한민국 법률을 무시하고 위법 행정을 저지르고자 하는지 크게 우려스럽다.
동두천시가 만약 성병관리소를 철거한다면, 팔짱만 끼고 남몰라 하며 때를 실기한 중앙정부와 경기도에도 책임이 크다. 2022년의 대법원의 판결이 났어도, 특별법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21대 국회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는 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유산청도 국가유산기본법과 근현대문화유산법의 취지에 맞게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근현대문화유산 가치를 적극적으로 조사·연구에 곧바로 착수하여야 한다.
경기도 조례 중에는 ‘경기도 기지촌여성지원 등에 관한 조례’(2020. 4. 29)가 이미 있다. 경기도는 상위법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생계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한편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시행한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 연구’(2020. 12)에서도 “동두천시 성병관리소는 한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조물로서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또한 “경기도가 구입해 경기도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국에서 한뜻으로 모인 57개 시민사회단체는 오늘 여기 기자회견장에서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이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은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 역사의 진실에 침묵했다. 그렇게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진실은 사라질 뻔했다.”라는 어느 여성학자의 성찰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의 발족을 선언하고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보존가치가 큰 근현대문화유산이다. 동두천시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하라.
-.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기본법과 근현대문화유산법의 취지에 맞게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근현대문화유산 가치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연구를 개시하라.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철거 위기에 놓여있는 근현대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하고,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비롯하여 경기도 내 근현대 역사문화 유산의 보존을 위한 행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 대한민국 정부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라.
-. 대한민국 국회는 특별법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라.
-. 경기도는 조례에 따라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고,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여 인권을 보장하라.
2024년 8월 12일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