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평화여성회 이사장직을 새로 맡게 된 한정숙입니다.
지난 1월 27일 총회에서 회원님들의 추천으로 선임되었고 2월 10일 김성은 이사장님과 인수인계 절차를 가졌습니다. 이우정 선생님, 김윤옥 선생님, 정현백 선생님, 김성은 선생님처럼 탁월한 지도력을 가지신 역대 이사장님들의 뒤를 이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가 이 직책을 담당하게 되니 어깨가 무겁기 그지없습니다. 평화를 향한 길을 가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김정수 상임대표님, 여혜숙 공동대표님, 김귀옥 여성평화연구원장님, 손빛나리 활동가님, 김태원 간사님께도 인사를 드립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회원님들, 대표님들, 이사님들, 활동가님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적 노력에 힘입어 발전해 온 단체인 만큼, 앞으로도 모든 구성원들의 꾸준한 성원과 열성적인 지지를 부탁드릴 따름입니다.
2022년 초,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반도 정세와 국제관계에서 시험의 시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볼 때 남북대화는 멈추어 있고 연이은 무력과시 영상의 정지화면이 남북한 구성원들의 시야를 압박하고 있는 듯한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듯, 자위대가 타국상공에서 폭격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관계도 강국들의 대결과 세(勢)과시로 인해 어지럽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미국은 동쪽에서는 중국과 서쪽에서는 러시아와 대결하느라 여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경제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지만, 차츰 세계적 차원의 패권경쟁으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중심의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긴장의 끈이 풀린 적이 없지만 냉전 종식 이후 약화되었던 러시아의 대외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지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대결정책을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길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오랜 기간 러시아와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던 우크라이나를 나토회원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러시아의 강경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온통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세 강국이 자아의 과잉 현시에 집착하는 미성숙한 인간들과도 같이 신냉전을 서로서로 촉진하며 대결상황에 빠지자 세계인들은 이 상황이 어디로 귀결될 것인지 불안해하고 궁금해하느라 미얀마 군부 정권의 폭압적 통치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도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난도 모두 잊어버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 같은 상황이 신냉전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입니다만, 국제관계에서의 냉전과 신냉전은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에 강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또는 북한 지도부가 한국과 미국을 향해 먼저 대화와 평화를 제안하고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과 노력은 더욱 요청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과 무력행사가 아닌 평화와 대화를 압박하는 전세계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유엔 결의안 1325호에서도 명시했다시피 전쟁과 무력갈등 상황에서 남성보다 더욱 크게 고통받는 존재이니만큼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서 더욱 앞장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국제정치에 여성주의의 관점을 도입하고 이를 중심에 두게 함으로써 국제관계에서 평화를 수립할 가능성을 함께 꿈꾸어야 할 때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의지와 염원을 모아 만들어진 단체이니만큼 남북대화를 촉구하고 평화정책 수립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3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의를 돌이켜 보는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글로벌 여성평화정책과 공공외교의 활성화를 위한 연속 세미나를 개발ngo 캠프와 공동으로 개최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종전선언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다른 여러 여성단체, 평화 단체들과 긴밀한 연대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국가행동계획을 촉구하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2022년에도 앞에서 말씀드린 활동 중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어가면서 새로운 상황이 요구하는 새로운 실천을 위해 담론과 활동방향을 구상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2월 10일에는 한반도 평화와 성평등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여성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 발표를 위해 적극 노력했습니다. 2022년은 평화여성회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25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숙고와 성찰과 도약의 시간이 올 한 해 동안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대외적 활동을 확대하여 평화여성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여러 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함은 물론이고 회원님들의 개인적 참여를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는 일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실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회구성원들을 향해, 정부를 향해, 북한을 향해, 세계시민들을 향해 말 걸고 설득하고 행동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평화여성회는 본회와 두 산하기구인 여성평화연구원, 갈등해결센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성평화연구원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실현을 위한 이론적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갈등해결센터는 일상의 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고 인간관계에서 평화를 이루는 실천적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성평화연구원은 다소 침체되어 있던 기간을 넘어서서 체제를 정비하였으며 큰 활력 속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학술지 『여성과 평화』 6호가 발간된 데 이어 2022년 초에 『여성과 평화』 7호가 발간된 것이 눈에 보이는 증거입니다. 갈등해결센터는 오랜 활동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갈등해결 교육, 평화교육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으며 재정적으로도 오히려 본회를 지원해 줄 정도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두 산하단체 모두 회원님들의 지지와 후원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한반도 평화와 성평등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기후 위기 속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간과 뭇 생명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데도 일조하고자 합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의 염원과 지혜를 모아 보십시다. 다정하게 어깨를 겯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십시다.
2022년 2월 19일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한정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