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만드는여성회 입장문]
국방·외교·안보·평화·통일·치안 정책의 성주류화와
성평등한 한반도 구축을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한다.
1990년대 이후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조직적 성폭력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무력분쟁지역 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주목하였다. 이에 2000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력분쟁 하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하에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및 후속 결의안들은 유엔 회원국들에게 △ 분쟁 예방 및 분쟁 후 평화 구축 활동에 성인지 관점 반영, △평화 협정 체결 및 평화 구축 과정에 여성 참여 확대, △ 분쟁 하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및 피해자 보호, △ 폭력행위자의 처벌, △ 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권리 증진 등을 촉구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2년 2월 국회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에 따른 국가행동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 채택을 통해 2012년 범정부 차원의 국가행동계획 수립에 착수하였고, 2014년 5월 제1기 국가행동계획(2014-2017)을 수립하였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2010년), 네팔(2011)에 이어 세 번째로 수립된 것이며, 2021년 9월 현재 전 세계 98개 국가가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1325 국가행동계획’은 2기(2018~2020)를 거쳐 3기(2021~2023)에 들어섰다. ‘3기 국가행동계획’은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하여,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민주평통까지 10개의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10개 부처는 △분쟁 예방, 평화, 활동, 국제개발협력 관련 종사자 여성・평화・안보 역량 제고, △국방·외교·평화·통일·치안 분야에 여성 참여 확대 및 거버넌스 확대, △군 관련 및 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처벌강화, △ 북한 이탈 여성 및 난민 여성 지원, △분쟁 관련 피해자 회복 지원 및 국제개발협력 강화 등을 각 부처별 과제로 이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특별히 각 부처 활동의 이행점검을 통해 국방‧외교‧안보‧평화‧통일‧치안 분야 성주류화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하여 양성평등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여성평화운동 단체인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윤석열 당선자와 차기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가족부가 주관부처로 되어 있는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호 국가행동계획’는 각 부처에 의해 구체적으로 이행되는데, 지속적이고 실효적 이행을 위한 여성가족부의 총괄·조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325 국가행동계획’ 이행점검(Monitoring & Evaluation: ME)의 중요성은 유엔안보리에서 채택한 1325 결의안을 뒷받침하는 후속결의안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 이러한 이행점검은 민간자문단의 참여를 통해 이뤄지며, 여성가족부는 민간자문단을 구성하여 각 부처의 이행점검을 지원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하고, 동시에 그 역할을 통해 ‘여성·평화·안보’ 의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국방·외교·안보·평화·통일·치안 정책의 성주류화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여성가족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같은 나라는 자국의 ‘1325 국가행동계획’에 의거하여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외교정책의 하나로 수립하여 이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여성·평화·안보법’(Act on Women, Peace, and Security, 2017)을 제정하여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페미니스트 국방정책, 그리고 페미니스트 통일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판 ‘여성·평화·안보법’의 제정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각 부처가 별도로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부는 국방·외교·안보·평화·통일·치안 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수렴을 통해 명실공히 국가적 주요 의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정부는 평화구축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와 권한 강화를 지원하고 이들이 평화구축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인 차원의 남북여성 교류 뿐 아니라 남북 정부 당국 간 여성교류, 성인지적 교류와 협력 의제 발굴, 남북여성의 정치·경제적 역량강화, 그리고 평화협정 등 다양한 협상 과정에 여성참여와 젠더 의제 포함 등이 필요하다. 이것들은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참여와 개입을 통해 법적, 정책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성평등한 한반도를 수립하기 위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고, 여기에 여성가족부가 ‘1325 국가행동계획’ 주관부처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자도 후보 시절 “여성 참여 보장과 ‘1325 국가행동계획’의 효과적 이행을 통한 여성·평화·안보(WPS) 정책 수립”에 대해 찬성한 바 있다. 이런 약속의 진정성을 살려 차기 정부는 여성의 평화활동 확장을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여성가족부의 역할 강화를 지원할뿐만 아니라, OECD 수준의 성평등으로 진전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022년 3월 28일
평화를만드는여성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