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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문

군비 증강을 멈추고 평화에게 기회를

Stop arms race, Give peace a chance

 

전 세계가 전쟁을 목도하고 군사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오늘 우리는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이하여 ‘평화에게 기회를 주자’고 다시 한 번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8주째 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평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지금까지 5,381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중 470명은 어린이라고 합니다(4월 22일 기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들도 약 520만 명에 달합니다. 이미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더 이상의 비극은 멈춰야 합니다.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이끌어내는 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가 군사비를 삭감하고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전 세계의 동료들과 함께 촉구합니다.

 

오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1년 세계 군사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0.7% 증가한 2조 1,13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 국가로 2013년부터 9년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군사비 지출 역시 2.8%로, 10위권 국가 중에서도 높은 비율입니다.

 

유럽 각국과 미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분으로 국방 예산 증액과 각종 무기 도입을 공식화하여 군비 증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방산 업체의 주가 역시 연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전쟁을 예방할 수도,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군비 경쟁을 가속하여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전 세계의 안정과 평화 구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군사비 지출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018년 남북은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합의하였지만, 한국 정부는 그 이후에도 군사비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습니다. 2017년 약 40조 원이었던 국방비는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2022년 약 55조 원으로 늘어났고, 특히 무기 도입을 위한 방위력개선비 투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의 지속적인 군비 증강은 남북의 군사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진전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가 되어왔습니다. 남북, 북미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 멈춘 사이 결국 북한은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하였고 한반도 상황은 판문점선언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킬체인 등 선제 타격 능력 확보를 포함한 한국형 3축 체계 복원, 한국군 사드 배치,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전력화, 독자적 정보 감시정찰 능력 구비, AI 기반 무인·로봇 전투체계 구축,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공격적인 군사 전략과 군비 증강 계획들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군사적 압박과 제재라는 실패한 방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접근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이미 한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북한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며, 2021년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GDP) 금액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했습니다. 한국의 군사력 강화는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심화할 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군사비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예산과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군사 안보’가 아닌 ‘인간 안보’, ‘평화 공존’을 위해 재조정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첨단 무기와 군사력 증강에 지출하는 동안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기후 위기나 재난 대응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진화 헬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대형 산불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산불 예산의 대대적인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편 <2022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 지수는 심각하게 높은 수준입니다.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현실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우리의 자원을 군비 증강이 아니라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합시다.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여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대응과 재난 예방,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군비 경쟁을 중단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만듭시다.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남북 합의 이행과 대화 재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022년 세계군축행동의 날, 전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외치고 있습니다.  

군비 증강을 멈추고 평화에게 기회를!

 

2022년 4월 25일

 

2022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강정평화네트워크, 경청과 사랑 네트워크, 국제민주연대, 군산평화박물관, 기독청년아카데미, 녹색연합,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실천불교승가회,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제주녹색당,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제주풀무질, 진보 3.0,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섭리수녀회, 통일나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민주인권교육 인, 평화바닥, 평화바람, 피스모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총 39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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