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결 69년 한반도 종전 평화 문화제 <평화의 약속 결의문>
대결로 치닫는 위기의 한반도, 우리의 힘으로 평화를 만듭시다
한반도에 불신과 적대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어렵게 맺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 멈춘 사이, 관계는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례없이 긴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70년이 다 되어가도록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해 오랜 시간 대립과 긴장, 고통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이곳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천명했던 지난 2018년을 기억합니다. 70년간 이어진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마침내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걸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불신과 적대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각국이 합의 이행을 위한 의지보다는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슬픈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화를 통한 설득은 실패했다고 평가합니다. 과연 각국 정부가 서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실제로 줄이고 협상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수년간 남한의 군사비는 역대 최대로 치솟았습니다. 북한 GDP 총액의 1.5배를 넘어섰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협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점점 강화되었고, 남북 교류협력도 가로막았습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협력도 시도하겠다고 합니다. 유사시 선제타격도 공공연히 언급해왔습니다. 정말 이런 방법으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정부는 지금 군비 경쟁과 소모적 대결의 악순환 속으로 우리 모두를 밀어넣고 있습니다.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대규모로 진행된다면 한반도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핵 문제도 더욱 해결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힘에 의한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70여 년 동안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변화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걱정과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는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DMZ 앞에 모였습니다. 점점 악화되는 상황을 방치하면 과거보다 더한 불신과 적대가 힘을 얻고,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놔두지 맙시다.
우리는 오늘 임진각 평화행동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국전쟁을 끝내고 세계를 좀 더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평화행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길이고, 평화가 답이라고 더 크게 이야기하고 행동합시다.
다 함께 외칩시다!
적대를 멈추자!
전쟁을 끝내자!
남북·북미 정상 합의 이행하라!
우리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
2022년 7월 23일
정전협정 체결 69년을 앞두고 임진각에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참가자 일동